2020.4
아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 내가 일을 마치고 나면 하루가 멀다하고 아파트 주변을 걸었었는데,
순전히 고령 산모에 속했던 아내의 순산을 위해서 되도록 많이 걸으라는 산부인과 측의 권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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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코스 중에 평소보다 조금만 더 걸어 나가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겨진
벚나무가 촘촘하게 줄지어 서 있는 그 산책길을 걷게 되는데,
그곳을 걸을 때마다 기대에 찬 감정으로 머릿속에서만 그려왔었던 그 장면이 6년 만에 현실로 담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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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벅찬 순간이었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는데, 잔뜩 신나서 뛰어오던 아이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벚꽃잎을 보자마자 깨금발 들고, 손을 뻗어 잡아보려 깡충 거리던 그 찰나의 순간이
내가 항상 상상 속에서만 그려왔었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는걸 서율이는 알고 있었을까!
머리카락 한 올까지 상상속의 그 아이와 꼭 닮아 있는 이 녀석!
올해 봄은 이 한 장면으로 설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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