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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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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교(石橋) 2014.11.08 / 금오산 채미정. NIKON D800 / Sigma 12-24mm F3.5~5.6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계류(溪流)를 점점이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있고, 그 뒤로는 투박해 보이지만 멋스럽게 놓여진 석교(石橋)가 보인다. 들어서는 순간 그 고풍스러움에 빠져들듯한 그 석교(石橋)를 지나, 작은 대문을 열면, 붉은 홍단풍 나무와 베롱나무가 조화롭게 잘 가꾸어져있어 꽤나 멋스럽게 자리한 채미정(採薇亭)이 보인다. 내가 살고있는 구미 남통동 소재의 집과 매우 가까워 자주 가서 잠시 쉬었다 오는 곳인데, 이제는 삐딱하고 불안하게 버티고 있는 저 고목(古木)이 잘려져 나가, 생채기 처럼 남겨진 흉터가 눈에 들어와 그 옛스러움의 흥(興)이 여지없이 깨어져 버린다.
약사암을 바라보며.. 2017.10.21 / 금오산 약사암. NIKON D800 / Tamron 15-30mm F2.8 바람이 낙옆과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쳐 나에게로 불어오는 소리.. 나를 지나, 바위 틈 사이를 긁으며 넘어, 건너편 약사봉 측면의 골이 패인 깊숙한 곳을 지나가는 소리..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런 소리에 잠이 깬듯한 까마귀 울다, 커다란 바위 너머, 새벽 바람 마중 길 떠난다. 나는 산 정상에서서 경직된 몸을 조금은 편안히 풀어내며, 밝아지는 여명과 함께 나에게 주어진 짧은 이 시간 만큼은 저 화려한 운무를 한껏 즐긴다.
약사의 운무 2017.10.21 / 금오산 약사암. NIKON D800 / Tamron 15-30mm F2.8 거친 바다위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자칫 그 거대한 흐름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질세라 깊은 숨 조심스레 내뱉는다. 성급하지도, 굼뜨지도않은 그 진중한 흐름으로, 이곳 금오산의 약사봉 아래에 자리잡고있는 약사암의 진면목이 바로 이런것이라는듯 깊은 아침의 감동을 선사한다. 따스한 아침 해 곱게 받아낸 처마 끝으로 살짝 보이는 약사전의 기와에 닿을듯 낮게 깔려 들어온 운무가 마치 신세계를 보는듯 하다.
달리는 아이. 2017.11.05 / 금오지. Nikon D800 / Tamron 15-30mm F2.8. 어느 가을 한때.. 어디론가 달려가는 아들을 쫓아가는 그 엄마를 따라가는 딸.
행복 버스. 2017.11.05 금오지 / Nikon D800 '행복 버스'가 지나간다. 그 위로 무한정의 햇살을 내려 저들에게 행복을 빌며, 축복이라도 내려주는듯 하다. Nathaniel Merz라는 미국 친구.. 나이는 서른 중반인데, 그의 사진을 보면 참 대단한 친구.. 아내 재우고 나왔다는데.. 새벽 영하 2도의 찬바람 강하게 부는 날씨에 옷을 얇게 입고와서 고뿔에 걸려버려 내심 미안하기만 하다. 저렇게 서있어 달라고 했더니.. 내심 싫어하면서도 포즈는 너무 자연스럽게 잡아주는 매너 하고는... 키가 많이 커서 길쭈름 한게.. 이 친구 덕분에 사진이 확 살아나는것 같아 내심 흡족하다.
아지트(Agit) 2014.11.08 금오지 / Nikon D800 오래전에는 이곳이 나만의 장소였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뒷편 능선 정상인데, 운동 삼아 30여 분을 오르면 적당히 숨이 차오르고, 다리도 적당히 후덜 거리고 그랬었다. 마지막 급경사를 힘겹게 오르고 나면 나무 의자가 하나 보였는데, 쓰러지듯이 파고들어 몸을 눕힌 그대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흐르는 땀을 식히는 동안에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특히 초봄 따스한 날이거나, 선선한 바람과 가을 빛살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오후 즘이면, 이런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온전히 혼자 즐겨보며 쉬었다 내려오곤 했 는데, 여태 생각해봐도 이만한 나만의 아지트(Agit)가 또 없었다. 이 사진을 찍은 지 이듬해 즘이나 되었을까.. 금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