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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s

가을귀

2014.11.30

NIKON D800 / 금오산

 

 

채미정 안쪽 오래된 작은 암자 뒷 마당

홍 단풍 나무에 다랑다랑 맷혀있는 내리다 만 빗방울이 열매같고,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나릴때마다 맑은 수정이 된다.

 

때마침 불어온, 약하게 스쳐가는 바람에, 떨어지던 단풍잎이

한드작 한드작 나른한듯 매달려있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말고

넋나간 표정을 하고는

'이파리 하나 떨어지는 일도 낙옆 맘대로 못하게하는 고약한 나무로구나.'

호통치듯 중얼거려보고는 넋 나간 사람 처럼 베실베실 웃어보인다.

 

 

 

어제 화려했던 색이 바래어지도록 오늘 마지막 남은 힘 마저 쓰고나서는

다음 생을 준비하듯 남은 건, 긴 겨울잠 뿐이다.

그저 데면데면 지나쳐가는 모습들이지만

이 날 만큼은 굳이, 모처럼 만의 단잠을 반납하고 나선 길

추적추적 내리던 비 잠시 멈춘 사이

헤죽헤죽 눈입웃음나는

가을귀 닮은 듯 충만했던 휴일 아침 마실 길.

 

 

 

비 온 후의 아침나절 올려다 본 하늘은 전체적으로는 비 구름이었고, 부분부분 검정에 가까운 진회색의 먹장구름들 사이로 흰색도 간간히 보이기도 했다.

중간중간 안개비 같기도 하고, 는개비 같기도 한 것이 어느순간부터는 내리다말다 반복되어지고 있는것을 깨달은 순간 마음이 조급해져버렸다.

애초에 계획했었던 아침산책의 마무리는 산책로 중간에 있는 커피자판기에서 뽑아먹는 커피 한잔이었던 것인데, 인적이 뜸해지는 이때, 이 넓은 곳에 홀로앉아 호수 어딘가즘 눈을 두어 홀짝거리며 즐기는 그 짧은 여유는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없으리라.

 

그곳은 비를 피할 수 있는 마땅한 곳도 없어 집으로 그냥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것이 바로 저놈에 비 때문이라 괜스레 심통이 나기도 했었고, 그냥 비를 맞으면서 커피한잔 했어도 되는 만큼이었는데, 돌아오는 내내 아쉬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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