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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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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향기 2019.11.02 NIKON D800 / 구미 무을 어느 볕 좋은 아침.. 아침 8시가 넘어서면서 이제 막 아침 볕 닿은 은행 잎이 곱게 빛나고 새벽부터 부지런 떨며, 그동안 주워놓았던 은행 열매 씻고 계시던 스님은 발 걸음을 재촉하여 절 바로 앞쪽 계곡물에 은행 씻던 보살님을 먼저 도우러간다. 나는 은행 나무 아래 돌 덩이에 의지하여 앉은 채 절 뒷쪽의 딱다구리가 참나무 쪼아대는 소리와 함께 스님과 보살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그 부지런함을 엿듣는다. -------------------------------------------------------------------------------------- 나무 자체에서 항균 물질을 뿜어내어 병충해에도 매우 강한 나무.. 암나무, 숫나무가 따로 있는 ..
한 줄 긋기 2019.10.25 NIKON D800 / 대둔산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뻔한 장면. 대둔산의 암릉과 가을 만추(晩秋)가 어우러지는 이런 정경(情景)을 지금은 잘 담아내 봐야 그다지 감흥이 없을줄을 알고도 이 날 올라본 까닭은 세월이 흘러 내 육신에서 청춘이란 세월이 모두 사라져버린 후에 아름다웠던 젊은날을 상기해볼만한 뭔가가 하나라도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꽃분 2019.10.20 NIKON D800 / 구미. 경상북도 환경 연수원 국화 잎 한쪽 끝에 앉아있는 곤충 한마리.. 노린재로 보이는데 정확하게는 모른다. 맞다면 식물의 즙을빨아먹고 살고, 위협을 느끼면 고약한 냄새를 피운다는 정도만 알고있다. 국화 색이 예뻐서 접근했다가 엉뚱한 놈에게 시선이 빼앗겨버렸다. 해가 질 무렵이었고, 산 능선의 커다란 나무에 가려졌던 해가 잠깐 동안 열리면서 꽃 분이 아주 잘 보이는 상태가 되었다. 대부분의 국화가 아직 활짝 열리지 않은 상태라서 한동안은 꽃 구경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라 마음이 즐겁다.
금오정 추경(秋景) 2018.11.03 NIKON D800 / 구미 금오지 주말 마다 뜀박질을 하거나, 금오산 할딱고개까지 산행을 하러 나가는 단골 코스에서 살짝 벗어난 금오지 둘레길에 있는 금오정이다. 올해는 유독 일이 많아 여유가 없어서 낙옆 밟을 시간이 없었는데, 다행히 끝 물 무렵에 이런 호사를 누릴 처지는 되었나보다. 늦가을 나날이 앙상해져만가는 나무가 안쓰러웠는데.. 오늘은 따스한 빛이 있으니, 조금은 더 풍족해 보여 좋다.
낙옆위에서 2018.11.04NIKON D800 / 구미 문성지. 세살때.. 주말 이른 아침에 잠 덜깬 아이를 안고 아무 이야기나 도란도란 나누는 시간이 참 좋다 공룡에게 쫓기는 순간이 너무 무서워 커다란 바위뒤에 웅크리고 있던 꿈 이야기를 하고있는 아이가 사랑 스럽고, 맛있는 과자를 나누어 먹다 다투었던 그 친구가 참 못됬고, 저녁 상에 먹기싫어했던 시금치가 또 다시 괴롭혀 너무 싫었겠다. 막상 내어 놓으면 먹지도 않을 고기먹으러가자고 너무 작아 잘 걸리지도 않는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하고나서는 조금만 더 자자며 달래어 다시 재우고 일어서는 그 순간이, 사과허브 잎 만져주면 느껴지는 그 진한 향기로움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다가온다.
석교(石橋) 2014.11.08 / 금오산 채미정. NIKON D800 / Sigma 12-24mm F3.5~5.6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계류(溪流)를 점점이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있고, 그 뒤로는 투박해 보이지만 멋스럽게 놓여진 석교(石橋)가 보인다. 들어서는 순간 그 고풍스러움에 빠져들듯한 그 석교(石橋)를 지나, 작은 대문을 열면, 붉은 홍단풍 나무와 베롱나무가 조화롭게 잘 가꾸어져있어 꽤나 멋스럽게 자리한 채미정(採薇亭)이 보인다. 내가 살고있는 구미 남통동 소재의 집과 매우 가까워 자주 가서 잠시 쉬었다 오는 곳인데, 이제는 삐딱하고 불안하게 버티고 있는 저 고목(古木)이 잘려져 나가, 생채기 처럼 남겨진 흉터가 눈에 들어와 그 옛스러움의 흥(興)이 여지없이 깨어져 버린다.
약사암을 바라보며.. 2017.10.21 / 금오산 약사암. NIKON D800 / Tamron 15-30mm F2.8 바람이 낙옆과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쳐 나에게로 불어오는 소리.. 나를 지나, 바위 틈 사이를 긁으며 넘어, 건너편 약사봉 측면의 골이 패인 깊숙한 곳을 지나가는 소리..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런 소리에 잠이 깬듯한 까마귀 울다, 커다란 바위 너머, 새벽 바람 마중 길 떠난다. 나는 산 정상에서서 경직된 몸을 조금은 편안히 풀어내며, 밝아지는 여명과 함께 나에게 주어진 짧은 이 시간 만큼은 저 화려한 운무를 한껏 즐긴다.
약사의 운무 2017.10.21 / 금오산 약사암. NIKON D800 / Tamron 15-30mm F2.8 거친 바다위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자칫 그 거대한 흐름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질세라 깊은 숨 조심스레 내뱉는다. 성급하지도, 굼뜨지도않은 그 진중한 흐름으로, 이곳 금오산의 약사봉 아래에 자리잡고있는 약사암의 진면목이 바로 이런것이라는듯 깊은 아침의 감동을 선사한다. 따스한 아침 해 곱게 받아낸 처마 끝으로 살짝 보이는 약사전의 기와에 닿을듯 낮게 깔려 들어온 운무가 마치 신세계를 보는듯 하다.
가을귀 2014.11.30 NIKON D800 / 금오산 채미정 안쪽 오래된 작은 암자 뒷 마당 홍 단풍 나무에 다랑다랑 맷혀있는 내리다 만 빗방울이 열매같고,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나릴때마다 맑은 수정이 된다. 때마침 불어온, 약하게 스쳐가는 바람에, 떨어지던 단풍잎이 한드작 한드작 나른한듯 매달려있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말고 넋나간 표정을 하고는 '이파리 하나 떨어지는 일도 낙옆 맘대로 못하게하는 고약한 나무로구나.' 호통치듯 중얼거려보고는 넋 나간 사람 처럼 베실베실 웃어보인다. 어제 화려했던 색이 바래어지도록 오늘 마지막 남은 힘 마저 쓰고나서는 다음 생을 준비하듯 남은 건, 긴 겨울잠 뿐이다. 그저 데면데면 지나쳐가는 모습들이지만 이 날 만큼은 굳이, 모처럼 만의 단잠을 반납하고 나선 길 추적추적 내리..
대둔산 초등의 기억 2014.10.25 NIKON D800 / 대둔산 목적했던 장소는 분명 '장군봉' 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도착해서 보니 '장군봉'이 좌측에 보였던.. 다시 '장군봉'으로 가려 했더니, 그 쪽엔 이미 너무 많은 인파가 보여, 그대로 눌러앉아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