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7
대릉원 경주시 사적공원
비가 오거나 말거나 한 곳에 메어있다시피 했던 몸을 쉬이게 해 줄 요량이었고, 경주라면 질리도록 가본 곳 이었다지만 서율이가
아기일때 가 본 것이 전부라서 이 아이의 기억속의 경주는 희미하기만 했다. 도착했을땐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고, 차박차박
물이 고여있는 곳이 꽤 여러군데에 있었다.
몇일 전부터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는 시점에 이르렀다 느낄 수 있을만큼의 맑고 서늘하게 바뀐 공기에 실린 소나무 향이 비에 실려
더욱 진하게 다가오고, 대릉원 산책로의 배롱나무, 회화나무, 목련 등 굵직하고 멋스럽게 자라난 수목들이 뿜어내는 그윽한 향기에
도취되기 시작하며, 사적공원 한바퀴를 돌고 나오면 충분히 걸었다는 느낌이 날만큼의 대략 1.5km 정도의 구간은
이로써 내내 수목들이 보여주는 위압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만큼 황홀함을 경험할 수 있다.
목적은 천마총 내부를 보는 것이었으나, 이 날 숙소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에는 우리 가족 모두 이 곳 진입로의 수목들이 기억속
에 깊게 남았었던 것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었고, 하필 비 오는 날에 이곳을 볼 것이라 선택했던 것은 정말 다행스러웠거나 크
나큰 행운이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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