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4.28
문성
"예쁘게 핐을때 안 오고, 다 시들었을 때 오노..!"
불규칙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씨름하며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침 이웃집에 계시던 이 댁 어르신께서 익살맞게 한마디 던지신다.
마땅히 꾸밀 말을 찾아내지 못하고 어물쩡 거리려니,
한 장 찍어달라며 성급하게 포즈부터 취하는 요량을 보자 하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익숙하다.
모란은 암술이 커지기 전, 수술만 보일 때 찍는 것이 곱고 예쁘며, 꽃 분까지 찍히면 정말 예쁘지만,
올봄에는 거센 바람과 함께 큰 터라 그런 장면은 다음에나 기대해야 할 듯하다.
"좀 더 구경하게 가겠습니다."
말을 남기니,
"이쁘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마디 남기시고는 댁 내로 들어선다.
"사진 잘 나오면 뽑아서 드리겠습니다."
닫힌 현관문을 뚫고, 말이 전달되었는지, 어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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