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31
해평
"전부 단풍이 들었는데, 너만은 유난스럽구나!"
힘이좋은 장사라서인지, 아둔해 빠져서인지 알 길이 없다. 자연이란 참으로 모를 일이다.
완전히 물이 오르기 직전의 단풍나무 때깔이 참 곱다. 왠지 모르게 색이 밝고, 긍정적인것 같고, 마음의 찌꺼기도 정화 시
켜줄것만 같다.
도로 표면이 갈라지거나 살짝 침하되어있어 빈티지(vintage)한 느낌의 왕복 이차선 지방도. 그 옆으로 관개수로가 아주
길게 뻗어있는데, 평소에는 거추장 스럽던 것이 만추의 가을이나, 눈이 쌓인 한 겨울이 되면, 꽤 멋스러운 곳으로 변한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습기를 머금은 채 역광을 받고 있을 시간대에 가보면 더욱 그렇다는 얘기다.
아스팔트를 도화지 삼아 가을 옅은 빛살에 아침 일찍 눈 뜬 단풍나무가, 붉게 물든 단풍잎을 뚫고 지나온 옅은 적갈색의 빛
으로 채색하고, 그 위에 자신의 그림자를 멋지게 그려내었다.
추수를 마친 논과 한켠에 정리된 하얀 비닐로 말아놓은 곤포들과 안개 깔린 들녘. 그리고 안개가 비껴난 가로수에 단풍나무
가 그려놓은 멋진 수묵화 한 점에 매료되어 뜻하지않게 호사를 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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