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08
금오지 / Nikon D800
오래전에는 이곳이 나만의 장소였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뒷편 능선 정상인데, 운동 삼아 30여 분을 오르면 적당히 숨이 차오르고, 다리도 적당히 후덜 거리고 그랬었다. 마지막 급경사를 힘겹게 오르고
나면 나무 의자가 하나 보였는데, 쓰러지듯이 파고들어 몸을 눕힌 그대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흐르는 땀을 식히는
동안에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특히 초봄 따스한 날이거나, 선선한 바람과 가을 빛살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오후 즘이면, 이런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온전히 혼자 즐겨보며 쉬었다 내려오곤 했
는데, 여태 생각해봐도 이만한 나만의 아지트(Agit)가 또 없었다.
이 사진을 찍은 지 이듬해 즘이나 되었을까.. 금오지 뚝방길 한쪽 구석에서부터 나무계단과 전망대가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공개 된 이후에는 예전의 그런 낭만은
없어지고 말았다. 예전과 같이 온전히 혼자만의 가을을 느끼려면, 주중에 조용한 날을 택일하여 올라야만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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