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7

NIKON D800 / 전남. 영암. 월출산.

 

 

요즘에 정말 심하게 고민에 빠져있는 것이 있다. 그 고민의 발단이 정작 나한테 있다는 게 진짜 문제인 건데, 내가 원체 딱 밴뎅이 소갈딱지만큼의 속이 좁아터진 놈이라서 아주 작은 자극에도 심하게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포토샾 마감 작업이 끝난 월출산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 감상평을 아내에게 부탁했었는데, 한다는 말이 "사진은 참 좋은데, 사람이 밴뎅이 소갈딱지라서 사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라며, 항상 해주던 사진 감상평을 거부한 일이 있었다.

요지인즉슨, 요즘 따라 염세적, 비판적으로 되어가는 나를 보며, 취미 생활도 사춘기가 있다고 한다면, 사춘기를 너무 힘들게 겪는것으로 느꼈다면서 조금만 더 편안하게 진득하게 좀 더 기다리며 취미를 이어가라고 나름 날카로운 조언을 해줬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요즘의 내가 중년의 갱년기같은 느낌이었는데, 여태 틀린말은 해본적이 없는 사람인지라 옆에서 살펴봐주는 아내가 정확하게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월출산 천황봉 협곡(V 계곡이라고도 하고, 하늘로 가는 문과 같은 모습의 큰 바위가 있다고 하여 '통천문'이라고도 부른다.)은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는 것이 가장 보기 좋다. 바로 앞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본 후 좌우로 바위의 깎아지른듯한 거친 선을 따라서 시선을 옮겨가기만 하면, 경탄할만한 그 절경 때문에 절로 나오는 감탄사를 원 없이 내지르며, 한껏 감상에 젖어 들 수가 있다. 천황봉 정상을 밟지 않고 내려왔다는 후회도 잠깐 했었지만, 차라리 그쯤에서 멈춘 것이 월출산에 대한 환상이 오히려 더해진 지금에서는 '차라리 그냥 내려오길 잘했다.'라는 결론과 함께 앞으로는 참 여러 번 더 가야만 할 산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나의 생활도 이제는 약간의 변화의 과정을 겪어야만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눈에 보이는 그 모습 뒤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 욕심 가득한 시선이었지만, 앞으로는 눈에 보이는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욕심 또한 한꺼풀 벗겨내버리기로 했다.

처음 간 월출산이 나에게 베풀어준 은총으로 생각한다.

 

 

 

NIKON D800 | Manual | Pattern | 1/100sec | F/9.0 | 0.00 EV | ISO-200 | 2017:05:07 0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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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돌케(Dolke)
진정 삶은 경이로우며, 내가 무언가에 반응할때에 비로서 기억해야 할 때이다. '1초의 순간에 일생의 기억을 담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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