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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scapes

구렁이 협곡..

2015.02.01

NIKON D800 / 계룡산

 

 

 

구불구불 뱀을 닮은 협곡처럼 영롱스럽게도 뻗어 나간다.

뱀으로 치면 큰 어미 구렁이 정도 될 것이요, 닭 벼슬을 이고가는 용으로 치자면, 오빠 용 정도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구불렁 구불렁한 모양새가 성급하지 않고, 지저분하거나, 어지럽지도 않아 예쁘고 길게도 뻗은 모양새다.

 

해가 동전처럼 동그랗게 오른지는 이미 일각(一刻)을 몇 번은 넘겼을 시간, 심 호흡을 하고 난 후 연신 촬영에 몰두한다. 저 멀리 연하게 보이는 산세와 직 사각형 모양의 집들을 밝게 살리면서 가까이 있는 둔덕의 빛이 닿지 않는 지형을 암부(暗部)로 보이지 않게끔 신경을 쓰는 탓이다.

좀 더 지나면 빛 갈림이 사라질 터라, 성급해지는 마음 때문인지, 손놀림이 갈수록 성급해진다.

 

예부터 문 달린 산이라는 뜻의 '문다래미' 라고도 불렸던 재미난 정도령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우측 쌀개봉 방향도 좋고, 계룡산으로 명명된 이유가 된, 닭 볏 모양을 닮은 주 능선 삼불봉(三佛峰) 방향도 꽤나 멋스럽지만, 마치 협곡을 연상케 하는 이 곳이 나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찼다. 다음번에 올라오거나 연륜이 더 쌓이고 나면 그제야 양쪽 주 능선이 눈에 들어오려나.. 짧은 시간 휙! 돌아보고는 다시 촬영에 몰두한다.

  

습도가 80% 정도에 영하 17도라고 했던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바람마저도 그리 강하지 않아서 체감하는 기온은 최소 영도 이상이었고, 내려갈 때마저도 양쪽 모두 갈 수 없는 지형이라고 되어있어 올라온 길 그대로 내려갔었다.

 

단종과 사육신 생육신을 모신 숙모전, 힘없던 신라시대의 박제상을 모신 동계사, 그리고 고려 말의 세 충신을 모신 삼은각, 조선 건국시 수도로 정할 뻔도 했다는 이야기까지는 전혀 모르고 왔다 치더라도, 정상에서 감싸않은 듯 시원스레 뻗어나가는 양쪽 능선 사이를 바라보노라면, 산 이름만큼이나 선계(仙界)가 따로 없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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