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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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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벚꽃_3 2022.4 들성지 활짝 피어난 겹벚꽃과 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꽃을 보며 웃는 사람들의 표정은 언제나 옳다.
Drive Thru 2022.4.8 금오산로 누구에게나 따스한 봄 날 꽃 잎 맞이 마실 가셨던 저 어르신에게도 이 날이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하루종일 나리는 꽃 비가 참 예뻣던 이 날을 가슴속에 남겨 가시는 저 길이 꽃 길이며 보행기에 의지해 가시는 저 길은 잠시동안 어르신 만을 위한 Drive Thru가 된다.
망정리 벚나무 2022.3.27 구미 망정리 망정리 마을 안쪽을 잠시 걸어 들어가면 일제 강점기는 거뜬히 거슬러 조선왕조 계보를 거꾸로 세어 올라가 봐야할 만큼 커다랗고 굵은 벚나무 한그 루가 보인다. 마침 밭을 일구고 계시던 마을 어르신께 빛이 잘 드는 온화한 마을인지는 모르겠으나 구미의 다른 지역보단 꽃을 빨리 피웠다며 말을 건네었더니, 고 개를 천천히 가로저으며 어르신이 이 마을의 토박이이며, 그 반대라고 하신다. 사유를 되물었더니, 한국 전쟁 당시 마을 뒤쪽 수암산 자락 부근에서 십여 차례가 넘는 치열한 고지 점령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라 아직도 당시에 전사했던 군인들의 뼈가 심심치 않게 발견될 정도인 곳이라서 산을 잘 올 라가지 않는다는 언질과 함께 아직도 마을 사람들은 당시의 아픔을 간직한 채인데, 땅심이 좋..
명자나무 2022.3.27 명자나무 코로나의 악명이 우리 가족을 덮쳐버린 이후의 무기력함을 떨쳐내 버리기 위해 모처럼 봄의 기운으로 가득 찬 주말을 맞아 '블루닷' 이란 곳으로 외출을 감행했다. 패교를 매입한 20여 년 전부터 초목이 잘 자라지 않는 토질을 가꾼 주인 어르신 부부의 근성과 바지런함을 오롯 이 녹여낸 덕분에 매년 봄이 되면 온갖 예쁜 꽃을 볼 수 있게 되어 매년 봄마다 가게 된 곳이다. 특히 반드시 개화 시기에 맞춰서 인상 깊게 감상하던 꽃나무가 바로 명자나무였는데, 안도현의 '명자꽃'이란 시 덕분에 이곳에서 인연이 된 꽃이다. 잎이 나기 전에 꽃 몽우리를 먼저 뱉는 꽃 그날은 눈이 퉁퉁 붓고 머리가 헝클어진 명자꽃이 그해의 첫 꽃을 피우던 날이었습니다. 그냥 읽고 넘기기엔 가슴아프다 싶을만한 내용..
여치 2021.10.24 습지 안개 가득한 습지를 걷고 있었다. 황화 코스모스 위에 뭔가가 꼼작도 하지 않는 뭔가가 있길래 봤더니 여치가 이른 아침 이슬을 잔뜩 머금은 채 내 발에 밟혀 넘어지는 들풀에 밀린 꽃대가 조금 흔들리면서 잠을 깼는지 드디어 미적미적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치가 이렇게 예쁠줄은...!
환담(歡談) 2020.7.19 도리사 소란스럽기보단 White Noise에 가까웠다. 나뭇잎을 건드리며 스쳐 가는 바람 소리 같았고 자박대는 산사 방문객들의 발걸음과도 같았다. 소원 나무 근처 쉼터에서 나누는 그네들의 환담(歡談)이 뒷짐 진 채로 느린 산책을 즐기던 내게도 정겹게 와 닫는다.
진아 2020.5.3 구미 도리사 도리사 고양이 보살님 '진아' 도리사의 상징.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자주 찾는 도리사에 이르러 서대 아래로 가득한 운무(雲霧)를 감상하다가 스님들이 수행하는 선방인 '태조선원(太祖禪院)'에 이르렀을 때에 툇마루 아래 섬돌 주변을 배회하던 '진아'를 만났다. 흘끗 보는 듯 하더니 잠이 덜 깻는지 잠시 엎드렸다가 다시 어디론가 배회한다.
What's Up? 2020.5.4 "잘 계시는가?" 아침 저녁으로 포행(布行)을 나서는 주지 스님께서 누군가에게 안부를 전한다. ▒ "새삼스레 생각나서 연락해 보았네" 말을 건네는 상대가 막역지우(莫逆之友)인 듯 보이는 가벼운 농담조의 어투가 계속되는 상대의 물음과 상관없는 자문자답(自問自答)이었지만, 한동안의 통화가 즐거워 보인다. ▒ 행복함 가득찬 공간 속에 머물다간 공기를 닮고 지나간 자리에 진한 찔레꽃 향기가 남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모란(목단, 牡丹, peony) 2020.4.28 문성 굉장히 많은 수술과 대략 5~6개의 큰 암술이 특징인데, 진한 자주색 엺은 겹 꽃 잎이 매우 매력적이다. ---------------------------------------------------------------------------------------------------------------------------- 올 봄. 때 같지 않게, 차고, 거센 바람의 연속이라서 과수원의 과실들이 냉해를 입은데다가 꽃이 떨어져 울상이라고 할 정도라 한다. . 원래는 암술이 커지기 전에 수술만이 가득한 상태에서 꽃 분이 가득할때를 노려야 하는데 올해따라 유난 스러운 날씨의 연속이라 오히려, 암술이 커졌을때를 기다렸다가 찍었다. . 워낙 평범한 장면을 싫어하는 취향 때문으로 보면 되..
모란이 예쁜 집 2020.4.28 문성 "예쁘게 핐을때 안 오고, 다 시들었을 때 오노..!" 불규칙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씨름하며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침 이웃집에 계시던 이 댁 어르신께서 익살맞게 한마디 던지신다. 마땅히 꾸밀 말을 찾아내지 못하고 어물쩡 거리려니, 한 장 찍어달라며 성급하게 포즈부터 취하는 요량을 보자 하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익숙하다. 모란은 암술이 커지기 전, 수술만 보일 때 찍는 것이 곱고 예쁘며, 꽃 분까지 찍히면 정말 예쁘지만, 올봄에는 거센 바람과 함께 큰 터라 그런 장면은 다음에나 기대해야 할 듯하다. "좀 더 구경하게 가겠습니다." 말을 남기니, "이쁘제?"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마디 남기시고는 댁 내로 들어선다. "사진 잘 나오면 뽑아서 드리겠습니다." 닫힌 현관문을 ..
겹벚꽃 핀 자리 2020.4 이날, 종일 구름만 잔뜩이다가 3분여 남짓 동안만 해를 볼 수 있었다. 빛이 아주 좋은 날에 골목을 돌아 아주 약간의 오르막으로 눈 길을 주면, 꽃잎에 닿아 부서지며 반짝이는 아주 진한, 다홍색 강렬하게 피어난 겹벚나무를 볼 수 있는데, 길옆 돌무더기에 무심히 앉아 고즈넉한 그 한 장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 어디든 더 부러울 곳이 없겠다 싶다. 때마침 한 보살님의 무심하게 그 장면을 마다하고 지나치는 걸음걸이가 행선지를 예감케 해준다.
뚝배기 깨지는 소리 2019.11.06 NIKON D800 / 구미 무을 무을면 '연악산(淵岳山) 아래 자리잡고있는 수다사(水多寺)에도 이른 아침부터 모터 소리로 요란하다. 듣고만 있어도 심신의 불편함이 가시는 스님의 불경 외는 소리와 어우러지지 못하는 불협화음(不協和音)이 세상에 둘도 없고, 내심 기대하던 싸리비로 단풍잎 쓸어내는 스님의 모습은 당연지사 온데간데 없다. 한동안 낙엽 제거작업이 계속 되다가, 대웅보전의 뒷껸즈음에서 내 귀를 당장에라도 찢어낼듯한 그 소리가 멋으니, 평상시 보다 더 적막한 기운이 절 내 한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