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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2017.01.07 NIKON D800 / 원정리 Robert Lee Frost의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눈 내리는 저녁, 사랑했던 연인이 사는 숲을 지나치면서도 지금은 헤어져 들러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이렇게도 잘 표현 해낼 수 있을까. 헤어져 들러 가지 못하여 그저 바라만 보다 지나쳐가는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듯한.. 진정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한 그 두 손, 꼭 잡은 연인의 손은 절대 놓으면 안될 이유이기도 하다.
흐린 날의 제주 2013.9.11 NIKON D800 /두산봉 아내와 함께했던 제주도 여름 휴가 중 두산봉에서 맞은 아침...
추일 서정(秋日抒情) 2016.11.6 구미 러닝센터 빛 고운 날.. 아무곳이나 눈을 잠깐이라도 둘 곳이 있다면 이처럼 아름다운 색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 가을인가보다. 세상 없던 걱정이나 근심 덩어리들은 내려놓은 후에 뜨거운 핸드드립 커피 한잔즘 홀짝거릴 시간 정도는 멍 때려도 누가 뭐라하지않을 계절이 가을인가보다. 낙엽 떨어져 소복히 얹혀진 들풀들 위에 드러누운 채 팔벼게를 하고, 깊은 하늘 바라보며 코 끝 간지럽히는 시집(詩集) 한권즘은 읽어도 괜찮을 계절이 가을인가보다.
새벽을 즐기는 사람 2013.04.14 NIKON D300 / 청산도 완도의 끝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여를 가면 청산도라는 섬이 나온다. 이곳은 매우 시골 스러우며, 한적한 데다가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행 이튿날 이른 아침 산책 도중에 만난 한적한 아침을 즐기는 사진 찍는 사람이 눈에 띄어, 마치 안면이 있는 사람인 양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무심한 듯 셔터를 한번 눌러보고는 나도 그의 반대 방향으로 걸음 하며, 한적한 아침을 즐긴다.
Sunrise of farmland. 2014.05.06 NIKON D800 / 안성 팜 랜드 '사진 잘 나오는 장소' 라던지, '셔터만 누르면 작품이 되는 곳' 이라던지 하는 수식어 말고, 내가 좋아 하는 장소는 '귀에 이어폰 꼽고, 느린 클래식 들으며, 마실 가듯 뒷짐지고 거닐어도 행복 해지는 곳' 이 되겠다. ​ 올해 다시한번 가 보고 싶어 지는 곳···, 이번엔 ​그저 거닐어 보고만 싶어진다.
가을귀 2014.11.30 NIKON D800 / 금오산 채미정 안쪽 오래된 작은 암자 뒷 마당 홍 단풍 나무에 다랑다랑 맷혀있는 내리다 만 빗방울이 열매같고,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나릴때마다 맑은 수정이 된다. 때마침 불어온, 약하게 스쳐가는 바람에, 떨어지던 단풍잎이 한드작 한드작 나른한듯 매달려있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말고 넋나간 표정을 하고는 '이파리 하나 떨어지는 일도 낙옆 맘대로 못하게하는 고약한 나무로구나.' 호통치듯 중얼거려보고는 넋 나간 사람 처럼 베실베실 웃어보인다. 어제 화려했던 색이 바래어지도록 오늘 마지막 남은 힘 마저 쓰고나서는 다음 생을 준비하듯 남은 건, 긴 겨울잠 뿐이다. 그저 데면데면 지나쳐가는 모습들이지만 이 날 만큼은 굳이, 모처럼 만의 단잠을 반납하고 나선 길 추적추적 내리..
대둔산 초등의 기억 2014.10.25 NIKON D800 / 대둔산 목적했던 장소는 분명 '장군봉' 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도착해서 보니 '장군봉'이 좌측에 보였던.. 다시 '장군봉'으로 가려 했더니, 그 쪽엔 이미 너무 많은 인파가 보여, 그대로 눌러앉아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는 때이다.
구렁이 협곡.. 2015.02.01 NIKON D800 / 계룡산 구불구불 뱀을 닮은 협곡처럼 영롱스럽게도 뻗어 나간다. 뱀으로 치면 큰 어미 구렁이 정도 될 것이요, 닭 벼슬을 이고가는 용으로 치자면, 오빠 용 정도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구불렁 구불렁한 모양새가 성급하지 않고, 지저분하거나, 어지럽지도 않아 예쁘고 길게도 뻗은 모양새다. 해가 동전처럼 동그랗게 오른지는 이미 일각(一刻)을 몇 번은 넘겼을 시간, 심 호흡을 하고 난 후 연신 촬영에 몰두한다. 저 멀리 연하게 보이는 산세와 직 사각형 모양의 집들을 밝게 살리면서 가까이 있는 둔덕의 빛이 닿지 않는 지형을 암부(暗部)로 보이지 않게끔 신경을 쓰는 탓이다. 좀 더 지나면 빛 갈림이 사라질 터라, 성급해지는 마음 때문인지, 손놀림이 갈수록 성급해진다. 예부터..
신성한 새벽.. 2015.02.01 NIKON D800 / 계룡산 말로만 듣던…. 신성한 기운이 용솟음친다는 그곳엘 왔다. 힘겹게 매표소 구간을 통과하며, 아이젠을 착용하고, 지참했던 랜턴으로 발밑을 살피며 평지 구간을 통과 후 긴 오르막 구간을 오른다. 어스름 밝아오는 여명 빛과 랜턴에 의지한 채, 급경사 지대를 오르기 시작한지 억겁의 시간이라도 흘렀을까…. 바라다보이는 '노루막'이 내 머리 위로 점점 다가설수록 매서운 바람이 엄습한다. 사라져버린 오르막 경사…. 산을 오르고 나니, 그 힘들었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짧은 휘파람 섞인 심호흡 한 번에 날려버린다.